[취재수첩] 실효성 논란 부른 결핵퇴치사업

입력 2018-02-27 18:08  

임유 바이오헬스부 기자


[ 임유 기자 ] 정부는 지난해 집단시설 종사자 등 100만여 명을 대상으로 잠복결핵 검진을 했다. 병원 어린이집 산후조리원 등에서 결핵 감염사고가 끊이지 않자 보건당국이 꺼내든 카드다. 이 사업에 98억원의 예산을 썼다. 하지만 의욕만 넘치고 효과가 적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 결핵 후진국이다. 우리나라의 결핵 발병률과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77명과 5.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위다. OECD 평균보다 각각 7배와 5배가 많다. 정부는 결핵안심국가를 목표로 잠복결핵 검진 정책을 도입했다. 발병 위험이 있는 잠복결핵균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도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잠복결핵 검진사업이 말 그대로 ‘검진’에 그치고 있어서다. 잠복결핵 양성자 중 치료를 희망하는 사람은 10명 중 2명꼴에 불과했다. 서울 지역 양성자 2만3877명 중 치료 희망자 비율은 7.1%였다. 부산과 인천 지역도 10%선이였다.

잠복결핵 상태에서는 감염 위험이 없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이 때문에 잠복결핵 치료를 강제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6개월 이상 장기 복용해야 하는 항결핵제가 자칫 피부 신장 간 등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보건당국은 치료와 별개로 당사자가 보균자라는 점을 알게 하는 것 자체가 유의미하다는 입장이다. 잠복결핵 양성 판정을 받은 경우 각혈 등 결핵 의심 증상이 나타났을 때 환자 스스로 병원을 찾게 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취지는 좋지만 접근법이 잘못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검진 범위를 지나치게 넓힌 게 실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선진국 등에서는 특정 대상을 선별해 잠복결핵 검진이 이뤄진다. 의료인처럼 감염 위험이 높은 집단이나 에이즈 당뇨 암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져 발병 가능성이 높은 집단이 주로 대상이다. 그런데 국내에선 병역판정검사 대상자, 교정시설 재소자, 고교생까지 대상에 포함했다. 한 전문의는 “대상을 너무 넓게 잡다 보니 진단과 치료의 연계 고리가 약해졌다”며 “결핵 불안 심리만 부추긴 꼴이 됐다”고 했다. 세심하지 못한 정책 설계가 빚은 결과인 셈이다.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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